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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영화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 Mononoke.Hime.1997)

말해봐야 입만 아픈 명작, 원령공주 



어릴적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던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던 작품이다.

무려 1997 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 봐도 전혀 위화감이 없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역시 시대를 초월하고도 남을거라 생각한다.


일본은 버블경제 이후 영화나 만화로 명작을 많이 제작해내면서 호황기를 이루었던 때에 이런 루비와 다름없는 작품들을 연이어 만들어내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성기를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죽음' 그 자체...


물론 만화산업은 몰라도 영화와 J-POP은 일본의 하향과 한국의 상향이 맞물려 우리나라가 이미 따라잡은지 오래지만 일본의 옛 작품들은 매출을 떠나 후대에 남아도 거리낌 없을정도로 명작들이 많은데, 그 이면에는 훌륭한 각본가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의 감독 역시 당신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인물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끈 장본인임에 틀림없는 사람. 이 당시의 애니메이션들은 아마 후대에도 나오기 힘들 경지의 수준이었다. 그 중심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있었고, 이들이 만든 이 영화는 일본의 최장기간 상영작이라는 기록도 존재한다. 무려 1년동안이나 상영했다고 한다. 안 질렸을까..?





- 줄거리



영화의 내용은 남주인 아시타카가 마을에 대놓고 쳐들어온 거대한 멧돼지 한마리랑 싸우다가, 그 돼지의 겉과 내면에 내제되어있던 원망과 분노로 인해 만들어진 저주가 그의 손에 옮겨붙어버린 사건으로 인해 전개가 시작된다.


저렇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구데기가 바로 저주...


그런데 이 돼지가 알고봤더니 정령이었다. 돼지의 신인 격.

게다가 하필 돼지로 태어나서 생각이 1차원에서 2차원으로 넘어가질 못했나보다.

아시타카의 마을에는 아무도 그에게 잘못한 사람이 없었다. 괜한 데 와서 화풀이하고 죽을 운명에 처할 저주까지 내리고 한다는 말이..


이 친구는 돼지로 환생하기 전에는 상놈이었음에 틀림없다.


물론 이 문장 뒤에, "너희는 자연의 증오와 한을 알아야한다...." 라는 말을 남겼다. 알겠는데 그냥 말로하지 왜...

그리고 이 돼지의 몸속에서 포탄이 발견되어 아시타카는 마을의 족장할머니께서 말씀해주시는대로 운명이라 믿고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사기가 의심되는 수법.. 뭔가 있어보이도록 짱돌 몇개 올려놓고 하나 둘 던져보며 점치는 장면이다.


아시타카는 자신의 목숨이 달렸는데 의심의 눈초리 하나 없이 저 할매가 해주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바로 그 말대로 여행을 떠나버렸다.

그러다 인간과 자연의 기나긴 싸움에 끼어들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머나먼 여정속에서 이상형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이상형은 인간이지만 인간에게 버림받아 늑대에게서 키워진 산이라는 여자아이. 이름이 mountain

그녀는 인간의 포탄에 맞은 동료늑대의 피를 빨아주다 아시타카가 말을 걸자 더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장면이다. 대체 저 표정을 보면 정이 뚝 떨어질만한데, 이 씬에서 아시타카의 눈은 호감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녀는 영화 내내 평소에는 최대한 예쁘게 그릴려고 노력한 듯한 미모를 보여준다. 게다가 자연을 끔찍히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은 그녀가 평소에는 날카로운 성격이지만 마음은 여린 소녀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대립하며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었다. 이는 영화 안에서 판타지적인 요소로 작용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는 살생무기인 자동차가 있기때문에 로드킬만 하더라도 동물이 인간을 공격한 횟수보다 많을테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무로 막부 시대, 시대적 배경상으로 기껏해봐야 조총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영화 내에는 이런 밸런스를 상쇄시킬 Entity가 존재한다.

첫번째는, 보통 동물들보다 몸집이 큰 신격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었고 (총을 가진 인간이 고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두번째는 바로 시시신이다.

생긴건 되게 기분나쁘지만, 그의 존재는 자연 그 자체다. 그는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며 인간들의 욕심이 벌인 일들도 자연의 일부분으로 수용하는 듯 보인다. 인간을 지극히도 싫어하는 짐승들이 그렇게 반발하는데도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총에 맞아 모가지가 날아가니까 싹 다 몰살시키려고 하면서까지 자기 모가지를 찾아다니는 장면은, 아마 시시신을 자연으로 치환하여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경고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렇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영화의 훌륭한 내용 뒤에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사이사이에 집어넣어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었다.






원령 공주인 산이 제목이자 중심인 것은 대립구도를 보이는 자연과 인간의 사이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지만 인간이면서 인간을 증오하는 모습이 영화 내부의 이야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긴 다른 이유로 제목에 대한 이해가 가기는 한다. '시시신' 이나 '자연의 무서움', '재활용을 합시다.' 와 같은 제목보다는 훨씬 더 고증을 느낄 수 있으니..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이지만 목이 떨어져나가는 등의 잔인한 묘사와, 아무래도 시시신이 생긴게 약간 소름돋긴 하니까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요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