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사건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겪은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불안 증상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재경험(reexperience) 이다. 외상적 사건을 지속적으로 꿈, 기억 등으로 다시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이들은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떠오르는 기억 또는 꿈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이 기억은 영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외상 사건 당시 경험했던 감각이나 지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한 번 떠오르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회상(flashback)으로 인해 외상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는 것 같은 생생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외상과 관련한 악몽을 꾸는 것 역시 흔한 재경험이다. 두 번째는 회피 또는 감정, 대인 관계에서의 무감각(numbing) 이다. 회피란 외상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 인물, 대화 등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회피하는 대상은 외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외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다. 감정에 무감각해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인 기쁨, 슬픔, 두려움, 즐거움 등을 느끼는 것에 제한이 있는 것이다. 외상 사건 전에는 즐거워하던 활동에 흥미가 없어지는 것이 그 예다. 또한 대인 관계에서도 무감각해지고 흥미를 잃고 소원해질 수 있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는 외상 사건의 일부분 또는 전체를 회상하지 못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외상 후 경험하는 불안 증상의 한 형태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자율신경계의 각성(arousal) 이 지속된다. 이는 쉽게 놀라거나 과도하게 경계하거나 과도하게 예민한 상태, 쉽게 화를 내는 것, 수면 곤란, 집중 곤란 등을 의미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위험한 상황을 맞았을 때 각성이 증가하는 것은 본능적인 반응으로 싸움 또는 도주(fight or flight) 반응이라고 한다. 외상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종종 세상을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긴장과 경계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각성 상태가 정말 위험한 상황은 물론 전혀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도 지속되면서 과민해지고 불안해한다. 이 밖에도 죄책감, 거부감, 수치심을 보이며 공황 발작이나 환각을 경험할 수도 있다.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 우울 등을 나타낼 수도 있으며 기억력과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불안과 두려움이 주된 정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개인은 고통스러운 죄책감, 수치심, 굴욕감을 보고하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죄책감, 수치심, 굴욕감을 중요한 잠재된 정서로 이해하고 치료에 있어서의 함의점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각 정서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고 연구들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진단 기준에 포함하거나 죄책감, 수치심, 굴욕감를 중심으로 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이론적 틀이 형성되지 않았다(Lee, 2001). 심 각한 외상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는 것은 아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외상 사건 경험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나타내기 쉬운 사람들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브루윈 등(Brewin et al., 2000)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할 위험성을 높이는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여성인 경우나 어린 나이에 외상 사건을 경험한 경우, 또는 소수 인종일 경우 그리고 사회적 지지 체계가 부족한 경우 등등이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네 번째로 개정하여 발표한 정신 장애 분류 체계 DSM-Ⅳ-TR(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4th edition-Text Revision)에 의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A. 다음 2가지 항목에 부합하는 외상 사건에 노출된 적이 있다. 개인이 자신이나 타인의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상해, 또는 신체적 안녕에 위협을 주는 사건(들)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거나 직면했을 때, 개인의 반응에 극심한 공포, 무력감, 두려움이 동반되었을 때 (아동에게는 와해되거나 초조한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 외상성 사건을 다음과 같은 방식 가운에 1가지(또는 그 이상)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재경험된다. 사건에 대한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떠오르는 고통스런 회상(영상이나 생각, 지각을 포함) ,사건에 대한 반복적이고 괴로운 꿈, 마치 외상성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 같은 행동이나 느낌 또는 외상적 사건과 유사하거나 상징적인 내적 또는 외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 심각한 심리적 고통이나 외상적 사건과 유사하거나 상징적인 내적 또는 외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의 생리적 반응, 외상과 연관되는 자극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려 하거나, 일반적인 반응의 마비(numbing)(전에 없었던)가 다음 중 3가지 이상으로 나타난다.외상과 관련되는 생각, 느낌, 대화를 피한다. 정신역동적 입장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전에 해결되지 못한 심리적 갈등이 외상에 의해 재활성화되는 것으로 본다. 현재 경험하는 외상 경험으로 인해 아동기에 겪은 외상 경험이 재현되며 퇴행을 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갈등이 현재 경험하는 외상 경험으로 인해 상징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 1970년대에 행동주의적 치료자들은 강간 피해자들과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후 관찰한 증상들을 학습 이론(learning theory)으로 설명했다. 모러(Mowrer)의 고전적, 조작적 조건화에 대한 2요인 이론(two-factor theory) 이 그 첫 번째이다. 외상과 관련 없는 자극(조건 자극)이 외상적 경험 시 느꼈던 두려움(무조건 반응)과 연합하면 외상과 관련 없는 자극(조건 자극)을 두려워하도록 학습되고, 조건 자극으로부터 도피하거나 회피함으로써 두려움을 없애는 효과를 본다. 이러한 효과가 단기간 동안에는 조건 형성된 공포를 감소시켜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유지된다. 고전적 조건화는 외상적 경험과 비슷한 자극에 반응하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설명하고 조작적 조건화는 외상과 관련된 자극이 없더라도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회피와 두려움의 유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학습 이론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중요한 증상인 재경험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랑(Lang)의 정보 처리 이론에 기반하여 포 등(Foa, Steketee, & Rothbaum, 1989)이 전개한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적인 전제는 우리 기억에 외상적인 사건이 저장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데, 적절한 방법으로 이 기억들이 처리되지 않을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우리의 기억 시스템 속의 외상 사건에 대한 정보들이 통합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기억 시스템 속의 두려움 체계(fear network, fear structure)가 회피 행동을 일으키면서 외상 사건에 대한 정보들의 통합을 방해한다. 정보 처리 이론에 의하면 안전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외상적 기억에 노출되면 두려움의 재습관화가 이루어지고 결국은 두려움 체계(fear structure)에도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사회 인지 이론은 정보 처리 이론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외상적 사고가 신념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이 이론은 호로비츠(Horowitz) 의 의견을 넓혀 완성되었는데 호로비츠(1976/1986)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에서 선구자와 같은 사람이다. 그는 외상 사건에서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놀라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외상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본인이 이미 가지고 있던 지식과 정보들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사람들은 적용할 수 없는 수많은 정보들에 의해 과부하될 수 있다. 이때 심리적인 방어 기제로 외상 사건에 대한 정보들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회 인지 이론에서 감정적 표현은 외상적 기억들이 완벽하게 통합되고 처리되기 위해 필요하다. 이때 외상적 사건과 관련하여 잘못된 믿음이 생기고 그것이 일반화된다면 그 믿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세계관까지 뻗어나가고 재경험으로 인해 이차적인 정서들(예: 자존감, 안정감, 믿음, 통제감)까지 사라진다. 다른 사회 인지 이론가들은 ‘산산이 조각난 신념(theory of shattered assumptions)’에 초점을 맞추었다. 구성주의 이론(constructivist theory) 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의미 부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계에 대한 모델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몇몇 학자들은 특별하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기존 신념이 좀 더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련하여 야노프-불먼(Janoff-Bulman, 1989)은 ‘이 세상은 공정하다’라는 세상이 의미 있다는 믿음, ‘외상 사건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안정감, ‘나는 외상 사건을 겪지 않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자존감이 외상 사건으로 인해 무너지고 혼란을 야기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포와 리그스(Foa & Riggs, 1993), 로스바움(Rothbaum, 1998)은 정보 처리 이론을 기반으로 한 주장을 더 정교화시켜 정서 처리 이론(emotional processing theory)을 주창했다. 정서 처리 이론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하고 가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두려움 체계(fear network, fear structure) 가 회피 행동을 일으키면서 외상 사건에 대한 정보들의 통합을 방해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융통성 없는 세계관 또는 믿음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취약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때 융통성 없는 세계관 또는 믿음 체계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브루윈(Brewin, 1996)이 제안한 이중 표상 이론(dual representation theory)은 정보 처리 이론과 사회 인지 이론을 통합했다. 이 이론은 외상에 대한 정서적인 기억이 두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며 두 가지 정서적 기억을 제시했다. 먼저, 언어적으로 접근 가능한 기억(verbally accessible memory, VAM)이다. VAM은 의식적이고 고의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기억으로, 언어 감각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정보들은 정서적, 신체적 반응과 외상적 경험에 대해 개인이 가진 의미 등의 정보다. 또 다른 기억은 상황적으로 접근 가능한 기억(situationally accessible memory, SAM)이다. SAM은 무의식적이고 방대한 범위의 기억이다. 고의적으로 접근하기 어렵지만 외상과 관련된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나 외상에 대해 생각하려고 노력할 때 자동적으로 접근한다. 브루윈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회복과 치료에 이 두 가지 기억을 다루는 것이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이중 표상 이론은 각성과 부정적인 정서를 줄이는 새로운 SAM이 외상으로 형성된 SAM을 방해하는 방법의 치료로 발전할 수 있다.ㅌ 엘러스(Ehlers)와 클라크(Clark)는 위협과 기억에 집중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엘러스와 클라크 인지 모델(Ehlers and Clark cognitive model) 을 만들었다. 외상적인 사건이 과거에 발생했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그것이 시간적으로 제한이 있는 것으로 여기지 못하고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외상적 사건과 자신들의 증상을 과도하게 일반화해서 자신이 실제보다 더 위험에 처해 있고 결국은 미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엘러스와 클라크는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들이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기억 문제를 고려했다. 환자들은 의도적으로 외상적 기억에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외상적 기억의 일부분에 대해 재경험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외상적 경험 시 기억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이나 연속성들이 정교하게 통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들이 두려움 반응을 일반화해서 일상 생활의 사건들도 과도하게 위험 요인으로 해석하고 부적응적인 대책을 세워 반응한다고 생각했다. 부적응적인 대책에는 증상을 더 심화시키거나 부정적인 판단이나 외상적인 기억으로 변화를 예방하는 것 등의 회피 반응이 있다.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 CBT) 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적 중재 방법 중 가장 철저히 연구되어 왔으며 오래 전부터 많은 연구를 통해 그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받고 있고, 현재까지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완전한 완화에 이르기 위해 가장 가능성 있고 핵심이 되는 치료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정 치료가 다른 치료에 비해 효과가 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에는 논란이 있지만 한 연구에 의하면 외상을 중심으로 하는 인지 행동 치료(trauma-focused CBT, TFCBT)가 다른 치료들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완화와 우울과 불안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TFCBT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가 지속적으로 억압하고 회피하려고 하는 외상 사건에 대한 기억과 정서에 노출시키고, 더불어 환자가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그리고 세계에 대한 왜곡된 인지를 다루는 치료로 알려져 있다. 불안 수치가 감소할 때까지 회피하고자 하는 외상과 관련된 기억과 정서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지속적 노출 치료(prolonged exposure Therapy, PE) 역시 여러 연구들을 통해 효과 있는 치료로 언급되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